나희균 작가는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회화, 조각, 오브제,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열정적으로 작업해 왔다. 이번 전시회에는 그의 평면 작업 중 빛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다룬 작품들을 전시한다. 1970년대의 기하학적 추상작품을 비롯해 최근의 추상 및 반추상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그는 사물에 숨어 변화를 일으키는 요소를 표현하고자 한다. 그것은 소리, 빛, 에너지와 같은 것이며, 일종의 기(氣)라고 작가는 말한다. 전시장에는 그가 묵묵히 추구해온 남다른 빛의 변주가 펼쳐진다.
나희균의 작품세계는 소재와 제재를 가리지 않고 다이내믹하게 변화했다. 풍성한 작품에 내재한 공통된 요소는 침묵 속에 진동하는 빛에 대한 명상이다. 빛의 언어가 담긴 작품들의 유형을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공의 빛’을 재료로 한 라이트아트다. 1970년대의 네온 작업이 이에 해당한다. 상업용 간판에 쓰이는 네온 관을 선으로 사용한 공간 속 빛의 드로잉이다. 네온 작품은 선과 색과 빛이 조화를 이뤄 신비의 세계로 인도한다.
둘째, ‘자연의 빛’을 묘사한 사실적・반추상적 작품들이다. 햇빛이 반사되는 수면의 윤슬, 석양이 지나가는 빛의 흐름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도 하고 내면의 감상을 추상적으로 표출하기도 한다. 빛에서 느낀 경이로움은 신에 대한 찬미로 이어진다.
셋째, ‘우주의 빛’을 테마로 한 은하수 시리즈다. 2010년대에 성운이나 미리내 연작 등 별빛 가득한 우주를 자주 그렸다. 광대한 우주에서 시공간을 가로질러 조용히 내리는 무수한 별빛을 바라보며 존재의 근원과 신의 섭리를 명상한다.
넷째, ‘신성한 빛’과 더불어 ‘내면의 빛’에 집중한 작품들이다. 빛을 다룬 그의 모든 작품이 물리적인 빛을 넘어 ‘신성한 빛’의 발견으로 이어지며 궁극적으로 ‘내면의 빛’을 지향한다. 특히 최근에는 자연 대상을 벗어난 추상적 조형으로 내적인 빛을 표현하는 데 전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