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elraum for her 2024.11.14 - 12.22
최서원 초대전
최서원 작가가 오랜 시간 천착하고 있는 주제 슈필라움(Spielraum)은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고 휴식을 취하고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나만의 유희 공간을 뜻하는 말로, 독일어 ‘놀이(슈필, Spiel)’와 ‘공간(라움, raum)'이 결합된 단어이다. 한국어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 용어는 내가 중심이 되어 신체적, 심리적 휴식을 취하며 온전히 자기다움을 찾아가는 공간을 의미한다.
작가가 화폭에 창조하는 슈필라움은 직선으로 그려진 벽과 가구들을 근간으로 맑고 선명한 색채로 구성되어 있다. 전통적인 원근법과 명암법에서 벗어난 표현 방식은 일상의 공간을 신비스러운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화면에 인물이 등장하지 않지만, 화면을 구성하는 물건들의 종류와 위치들은 공간의 주인공을 연상하게 한다. 미술평론가 김상철은 작가가 제시하는 공간에 대해 “어떤 인적도 드러내지 않는 절대 정적의 공간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속에 깃들게 한다”며 “작품의 명제가 지시하듯이 그것은 작가에 의해 구축된 현대인의 도피처인 ‘슈필라움’이다”라고 설명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전통적인 고가구와 상징성 강한 문양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미술평론가 주수원은 “같은 깊이에 있는 가구들이 서로 다른 시점에서의 자유분방한 원근법으로 표현되는 것은 전통적인 민화에 보이는 복합적인 원근법을 계승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등장하는 상징성 강한 문양들은 장수와 부귀, 영화, 다산 등 현세구복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 전통의 길상(吉祥) 문양이다. 이렇듯 작가의 작업은 평론가 김상철의 말처럼“재료의 사용과 화면의 구성에서 서구적인 형식을 차용하고 있지만 화면을 채우는 것은 동양적인 내용”을 지향하면서 한국적 정서를 현대의 시공간에서 현대인의 언어로 해석하여 소개한다.
특별히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 슈필라움 > 연작들은 가족을 위해 희생해 온 어머니를 위한 작업이다. 그는 다양한 역할들 속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갖지 못하고 살아온 어머니가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며 휴식과 여유를 갖기를 희망한다. 작가의 바람이 투영된 화면에 등장하는 안락한 소파와 화분, 소담한 식탁과 단아한 수전에서 어머니의 성정이 보이는 듯하다. 이러한 공간은 어머니를 위한 공간이자 딸인 작가 자신을 위한 슈필라움이며, 나아가 모든이가 꿈꾸는 온전한 휴식을 위한 이상적인 공간이기도 하다.